한화그룹이 성과급 제도를 개편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한다고 7일 밝혔다. RSU는 연말·연초에 현금으로 주는 기존 성과급과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나야 회사 주식을 보상으로 주는 제도다. 주식 수령이 가능한 시기는 각 사 결정에 따른다. 한화는 “주식회사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 임원에 순차적으로 시행 중이던 제도를 내년부터 전 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임직원 설명회와 타운홀 미팅, 토론회 등 의견 수렴 및 법적 검토 등을 충분히 거쳐 순차적으로 RSU 성과보상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팀장급 이상 직원은 현금 보상이나 RSU 보상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손명수 한화솔루션 인사전략담당은 “RSU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도입된 성과 보상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2020년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RSU 제도를 도입했다. RSU는 임직원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회사의 실적과 가치가 올라 주가가 오를 경우, 직원이 실제 주식을 받게 될 시점의 보상도 더 커질 수 있다. 반면 주식이 지급되는 시점의 주가가 현재보다 떨어질 경우 보상 규모가 작아질 수도 있고, 임직원 책임 여부에 따라 지급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한화는 각 사 결정에 따라 5년에서 최대 10년을 이연해 RSU를 지급한다. 다만 최고 경영진은 10년이 지나야 RSU를 수령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한화 관계자는 “RSU 제도는 임직원이 주인 의식을 갖고 회사 장기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고, 회사의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RSU 도입이 3세 승계를 위한 것”이란 일부 언론의 지적에 한화가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화 관계자는 “기존 성과급 체계에 따라 현금을 경영진에게 보상으로 지급하는 게 (오너 일가가) 당장 지분을 확보하는 데는 더 용이할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 측면에선 RSU가 훨씬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RSU 제도가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 “김 부회장이 2040년까지 취득하는 주식회사 한화의 주식은 1%대에 불과해 경영권 승계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며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RSU 부여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임직원을 역차별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